그리고 그 페이지를 다시 돌려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.
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, 저는 온라인 RPG 팀에서 팀장이자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.
지난 주말, 그동안 진행해오던 한 장편 RPG 캠페인의 정상 종료를 포기하고, 무기한 유보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.
아울러 그에 즈음하여 팀원 여러분들의 향후 거취를 조사한 결과 올 늦여름쯤에는 팀 자체가 거의 물갈이되는 대규모 인원이동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.
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.
모두의 사정이 있고 그것이 이 시기에 각자 맞물렸을 뿐입니다.
관련된 것들에 대해서는 모두 결론을 지었고, 수고하신 분들께는 감사의 인사를 드렸으며, 책임이 있는 분들께는 다짐도 받아 두었습니다.
다만 감정이 모두 정리되고 나서도 딱 하나 남아있는 앙금이라면,
이 모든 것이 이제는 시간의 흐름 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입니다.
지금의 팀원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RPG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다시 오지 않겠지요.
설령 언젠가 다시 모이게 되어도, 그 때에는 그 때에 맞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. 그나마 다시 모이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요?
현실의 흐름이 너무나 무서운 것을 잘 알기에 저는 그것마저도 단언하지 못하겠네요.
그것이 제 가슴을 계속 아프게 하네요.
결론이 난 지 몇일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한구석이 저미고, 쓰리고, 삭아가고 있습니다.
만화와 같은 장기 연재 매체를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안의 세계를 동경하게 되어버릴 때가 있습니다.
시간은 멎어 있고, 모두의 현재 속성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이며, 그 안에서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이야기. 나이도 먹지 않고 이변도 일어나지 않은 채 몇 번이고 새로이 싹트는 봄을 볼 수 있는 세계.
그런 것은 이야기에만 존재하는 것이겠지요.
이 현실세계에서, 한번 흘러간 시간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. 영원히. 다시는.
요즘, 그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.
비록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, 그래도 저희 모두의 이야기는 아직 계속된다고 믿고 싶습니다.
지금까지 그래왔듯이,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.
수고하셨습니다^^. 그래도 다시 돌아보고 웃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그걸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.
제가 아직도 나약한 걸까요?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합니다만, 전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그 사실이 계속해서 쓰리네요.
글을 올리고 다시 몇일쯤 지나갔습니다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욱신합니다. 마음의 평안을 되찾으려면 어쩌는 편이 좋을까요.